방학이 다가올 쯤엔 아픈 교사들이 많다. 나도 하루 거의 2시간 반을 운전하는 것이 무리가 됐는지 몸살이 났다. 아이들의 생기부 작성을 위해 그동안 나는 우리반 아이들 각자의 강점을 찾기 위해 관찰하고 기록해왔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인성 교육에 힘썼고, 가치를 알려주고 학습에 대한 동기 부여를 하느라 많은 시간을 썼다. 보여주기 위한 수업보다 아이들의 내면의 성장을 위해 수업 중간 중간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마다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했다.
한글 쓰기와 수, 문해력 수업이 필요한 우리반 아이들을 위해 국어, 수학을 중점적으로 가르쳤고, ‘학교, 우리나라, 사람들, 탐험’ 통합 교과는 국어, 수학과 연계하여 융합 수업으로 진행했다. 새로 바뀐 교과서 수가 너무 많고, 교과서 내용 안에 있는 자료만 모두 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했다. 교과서는 1학년의 한글 떼기 목표와는 다르게 한글을 읽지 못하면 문제 해결이 안되도록 구성이 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애쓰며 아이들의 학습력과 몰입도를 향상 시키는데 집중했다. 우리반 아이들은 한 학기 동안 1,2교시와 3,4교시 사이의 쉬는 시간에도 공부하였고, 점심 시간 시작 전까지 꽉 채워 수업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없이 열심히 따라와준 아이들이 마냥 기특하고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에듀테크 수업은 학교 컴퓨터에서 로그인이 되어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되지 않아서 진도가 나가지 않은 부분은 아쉬웠다. 부모님의 인증이 필요한데 아이들을 컴퓨터실로 데려가서 10명 이상의 아이들을 개별로 연락하여 로그인 인증을 받아야하는 상황은 예상치 못했고, 조금은 교육의 목적과 방법을 달리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가정으로 무언가를 과제로 보냈을 때 다시 그대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부모님들이 많이 바쁘고, 한글을 못 뗀 아이들에게 이런 교육이 필요치 않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코딩을 하는 고학년 수업 시간을 피해 시간을 내어 아이들을 컴퓨터실로 데려갔었다. 컴퓨터를 앞에 둔 1학년 아이들은 계속 뭐가 안된다 나를 봐달라고 외치며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로그인이 되는 몇 명의 아이들조차 일일이 계정과 비번을 쳐줘야 한다. 로그인을 해주며 잘되는지 확인하다보면 한시간이 훌쩍 지나버린다. 극소수의 아이들이라도 스스로 해주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웹툰 만들기도 하고 싶고, 다양한 툴을 이용해서 해보고 싶었던 처음 마음과는 달리 교과 내용에서 가르치고 이해시키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컴퓨터실에 자주 가지 못한 면도 있다. 그래도 2학기에 한글도 아이들이 모두 떼고 반 이상의 아이들이 컴퓨터실에서 어느정도 자기 계정과 비번을 치고 로그인만 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면 꼭 다양한 학습 경험을 시켜주고 싶다. 그래도 잘했다 생각되는 점은 꾸준히 아이들 계정의 개별 앨범에 사진과 영상을 업데이트 해준 것이다. 아이들에게 1학년의 순간들을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추억을 선물하는 것 같아 내 스스로 뿌듯하다.
겨울에는 우리 학교 공사로 인해 방학 기간을 늘려 여름방학이 짧아졌다. 짧은 방학이지만, 1학기 때에 이어 아이들이 시간을 유용하게 보낼 수 있게 하기 위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우리반 맞춤 독서록을 만들기로 했다. 독서록에는 생각과 질문을 쓰도록 했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생각하기를 어려워한다. 그러나 생각하는 것은 중요하기에 뭐라도 쓰거나 그리도록 했다. 독서록 뒷면에는 아이들이 도전해보고 싶다는 스도쿠와 가치, 긍정의 말들을 넣어 일일 학습을 하도록 했다. 며칠을 늦게 까지 작업하며 거의 한달분을 만들었기에 노트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아이들이 부담스러워하기도 해서 2학기에 이어서 하기로 하고, 방학 과제로 10장만 제본으로 나눠주었다.
독서록을 꾸준히 스스로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아직 어렵다. 매일 아이들이 할 수 있도록 보상도 주고 있지만, 학교에서는 하겠다고 말하고도 집에 가면 대부분 아이들이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이므로 이 시기에 아이들의 습관 만들기는 옆에서 어른이 관심을 갖고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습관이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유익함을 느끼게 되면 아이들은 어느 순간 스스로 하게 된다. 이 과정은 오래 걸리며, 교육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과정임을 이해해야 한다. 아이들이 내가 준 독서록을 방학 과제로 해올 그날이 기대된다.
방학 동안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이들과 활동지를 작성하고 발표를 했다.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일, 가족과 여행가고 싶은 곳, 공부하고 싶은 것들, 예술 문화 활동, 운동 등에 관해 글로 적거나 그림으로 그렸다. 해외에 가고 싶다는 아이들도 있고 구체적으로 장소를 적고 왜 가고 싶은지도 발표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가정에서 부모님을 도와 분리수거와 설거지, 빨래 개기, 안마 해드리기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미술관, 음악회, 운동을 해보고 싶다는 아이들도 많았다. 아이들이 발표를 하며, 방학을 기대하고 스스로 계획하며 무언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를 바랬다. 그리고 방학 동안 너희들이 하고 싶은 것들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해주고 개학하면 발표하기로 했다. 그리고 2학기 주간학습안내를 나눠주고 무엇을 할지 이야기 나누며 기대되는 2학기에 다시 만나자고 했다.
1학년 부모님들께는 아래와 같이 메세지를 남겼다.
안녕하세요. 한 학기 동안 함께 해주심에 감사 드리며, 처음 맞이하는 방학에 아이들이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하여 작은 성공을 경험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시기 바랍니다. 자녀가 어떤 것에 흥미를 보이는지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관련된 활동도 함께 해주시어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방학 되시길 바랍니다. 더불어 자녀가 가정에서 스스로 할 부분을 찾아 자기주도력을 키울수 있도록 많은 대화와 칭찬 부탁드립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과 안전입니다. 건강한 생활 습관을 기르고, 안전사고에 유의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아이들을 위해 애써주시는 부모님께 감사드리며, 아이와 건강하고 행복한 첫 방학 되시길 바랍니다.
방학식 날 아이들 한명 한명 꼭 안아주며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다. 아이들도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아이들 중 몇몇은 ‘잘 가르쳐주셔서 감사해요.’, ‘선생님도 좋은 방학 보내세요.’ 우리반 중국 친구는 ‘내일 만나~.’ 라며 기분좋게 인사를 더했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가끔은 언제까지 교직에 있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도 한다. 많은 업무와 개별 지도로 인한 감정 소모, 정신없는 하루로 지칠 때면 정신력으로 하루를 보내는 날도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좋은 방향으로 성장함을 느낄 때, 부모님의 응원 메세지를 볼 때면 그래도 내가 누군가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올바른 기여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다시 에너지가 생긴다.
아이들과 부모님들께 고맙고 감사하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방학을 보내고, 2학기에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