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

코로나로 인해 5년만에 운동회를 했다. 1학년과 운동회를 하는 것은 처음인데다 1학년이 우리반 뿐인 운동회도 처음이다. 운동회 전날 예행 연습을 한번 했는데, 우리반 친구들 몇 명이 울었다. 가위바위보로 청팀 홍팀 나누었을 때 원하는 팀이 안되어서, 친구가 “줄 잘서라” “네 자리 여기 아니다”라며 뭐라 해서 등 여러 이유로 아이들이 우는데다가 울지 않는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누가누가 울어요”를 운동장이 떠나가라 반복해서 외치는 것이 아닌가. 청팀 홍팀으로 나눠 한줄 서기, 응원석에 줄 맞춰 앉기, 조별 달리기 연습 등을 할 때 자신이 어떤 팀인지, 청팀 홍팀이 청색 홍색으로 팀을 나눈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었다. 응원석에 앉기도 여러차례 연습하고 교실로 돌아갔는데도 아이들에게 자신이 어떤 팀인지 묻자 아는 아이들이 몇 안되었다. 알림장에 써주어도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다시 설명을 해줘야하는, 마냥 신난 1학년 아이들. 아이들과 잠시 명상을 하며 숨을 고르고…운동회날 우리가 할 게임들에 대해 설명해준 후, 아프지 않고 모두 출석하기를 바라며 아이들을 보냈다. 내가 즐거워야 아이들도 신나게 참여할 거라 생각하며 운동회날은 나도 즐기기로 했다.

운동회날 1학년 부모님들이 꽤 많이 오셨다. 우리 학교 운동회는 이벤트 업체에서 나와 진행했고, 중간중간 학부모, 조부모님들의 경기를 넣어가며 전학년 골고루 게임을 했다. 우리반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어디 있는지 확인하기, 내 옆에 친구랑 얘기하기, 선생님 따라다니기를 반복하며 정작 어떤 팀이 이기느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저 음악이 나올 때마다 나가서 춤춰도 되냐는 질문을 계속 했다. 우리반 아이들 춤을 정말 잘 추는데 기회가 없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이 순간을 맘껏 즐기는 우리반이 최고였다.

학부모 교사 단체 줄넘기가 있었다. 청팀으로 가야할지 홍팀으로 가야할지 고민했더니 아이들이 모여들어 서로 자기 팀으로 가라며 매달렸다.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청팀으로 갔다. 최선을 다했지만 힘없이 졌다. 다시 돌아가는데 아이들이 나를 향해 박수를 치고 있었다. 마음이 따뜻하고 순수한 아이들과 함께여서 너무 행복했다.

아이들이 서로 다투지 않게, 자리를 이탈하지 않도록 관찰 지도했는데, 아이들이 주로 했던 질문들을 한번 생각해본다. ‘선생님~우리 아빠 엄마 언제 와요?’, ‘선생님~엄마한테 전화해주세요.’, ‘선생님~우리 엄마한테 갔다 와도 돼요?, ‘선생님~우리 엄마랑 같이 급식 먹어요?’, 선생님~우리 엄마는 점심 어디 가서 먹어요?’X5(엄마 걱정을 참 많이 한다), ‘선생님~엄마 언제 만나요?, ‘선생님~우리 언제 또 나가요?’, ‘ 선생님~풍선 터트리는 거 빨리 하고 싶어요. 지금 하러 나가면 안되요?’, ‘선생님~우리 다시 하면 안되요?’, ‘선생님~저 청팀이에요 홍팀이에요?’….그래 궁금할 수 있지… 부모님이 못오신 아이들도 있어서 중간에 부모님께 가지 않게 하고, 운동회가 끝난 후 부모님이 계신 아이들은 잠시 만나고 올 수 있도록 시간을 주었다.

오후에는 클래식 공연이 있어서 강당으로 갔다. 클래식이 뭐냐고 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운동회 전날 연주자들에 대해 설명해주고 그들이 어떤 노력으로 연주자가 되었는지, 어떤 곡들을 할지 알려주었더니 더 기대하고 집중해서 즐기는 듯 했다.

운동회 전에 학교에서 알리미로 간식을 보내지 말라고 안내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간식을 주고 싶어하는 학부모님들이 많은 것 같았다. 간식을 금하는 이유는 여러 이유가 있다. 일부 학부모만 간식을 주는 경우 혹은 돈을 모아서 간식을 주는 경우 등 모두 잡음이 생긴다. 배탈이 나는 경우도 있고, 아이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간식은 없다. 그리고 간식을 먹는 경우 점심 급식을 많이 남긴다. 이러한 이유로 안내 했음에도 사전에 논의 없이 아이들에게 간식을 주는 학부모님들이 꽤 많았다. 담임 선생님도 다른 학년 선생님들도 난처한 상황이 되었다. 우리반 아이들은 다행히 다른 학년의 간식에 대해 묻기만 하고 간식을 달라고 하지는 않았는데, 그런 아이들이 참 대견했고, 학교의 안내에 협조해주신 우리반 학부모님들께 감사한 마음이었다.

우리반 모두 건강하게 안전하게 보낸 것이 참 감사한 하루였다. 아이들에게 “오늘은 정말 감동이었고, 모두 참 잘했어. 질서도 잘 지켜주고 선생님을 잘 따라줘서 고마워” 라고 말하며 칭찬해주었다. 그리고 다음날 운동회 이후 운동장에 남은 작은 쓰레기들을 갯수를 세며 신나게 주웠다. ‘1학년 최고’라는 다른 선생님들의 칭찬을 들은 아이들은 학교를 위해 봉사한 것을 더 뿌듯해 했다. 뭐든 함께 하는 것을 즐기고 감사할 줄 아는 우리반 아이들이 참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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