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내게 150년은 살아야 한다고 한다. 잠이 많아서 남들 사는 만큼 살다 가려면 그 정도라며, 내가 오랫동안 누워있는 것에 대해 걱정한다. 사실 나는 누워있는 시간이 많지 잠자는 시간이 많지는 않다. 눈을 감고도 계속 머릿속에서 지난 일, 해야 할 일 등을 정리하고 기억하며 공장 돌아가듯 가끔은 실제로 뇌 과부하가 느껴질 정도다. 그런 상태에서 뭔가에 집중하다 보면 뇌가 수축되는 느낌마저 든다.

아이들에게 잠을 푹 자야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나는 잠을 푹 자지 못해 걱정하던 차에 선물로 받은 스마트 워치로 수면의 질을 측정해 보니 실제로 깊은 수면 시간이 매우 적었다. 워치과 연결된 앱에 표시된 수면 점수를 매일 아침 확인하는데 이 점수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수면 시간, 숙면 정도, 수면 주기, 신체 회복 정도, 정신 회복 정도이다. 수면 단계에서는 수면 중 깸, 렘 수면, 얕은 수면, 깊은 수면 시간을 보여준다. 수면 중 혈중 산소가 몇 프로인지, 코골이와 수면 규칙성도 일주일 단위로 보여준다. 이를 계기로 우리 삶에 있어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하는 잠에 관해 궁금한 점들을 정리해본다.

인간의 수명을 80세라고 했을 때 수면 시간은 3분의 1정도인 약 26년이라고 한다. 잠은 복잡한 뇌가 잘 작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시간으로 잠은 건강하게 살고 싶은 인간의 삶의 질을 좌우한다.

우리가 잠을 잘 때는 ‘얕은 잠, 깊은 잠, 얕은 잠, 렘수면’의 단계가 반복된다. 그 중 렘(REM)수면이 무엇일까. 수면 단계 중에 두뇌 활동에 가장 활발한 기간을 ‘렘(Rapid Eye Movement, REM)수면’이라고 한다. 1950년대 시카고대 박사과정이었던 학생이 ‘꿈꾸는 잠(Dream sleep)’을 발견하게 된다. 아이가 자는데 주기적으로 눈동자가 움직이는 것을 발견하여 전극을 달아 뇌파를 측정하고 안구 운동을 기록하게 되면서 안구가 움직이고 있는 동안에는 느린 파형의 뇌파가 없어지고 깨어있을 때와 유사한 뇌파가 측정됨을 발견하여 1953년 사이언스지에 렘수면의 존재가 발표된 이후 자는 동안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렘수면은 의식은 자는 단계지만 신체와 뇌는 활성화 되어있는 상태로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렘수면은 정신의 피로를 회복하는데 필요한 수면이고, 비렘수면은 신체 회복에 필요한 수면이다. 렘수면은 약 90분 간격으로 4회에서 6회 발생하며 수면 주기마다 짧게는 10분, 길게는 30분 정도 진행되어 총 수면 시간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하버드 연구에 따르면 1시간 30분 간격으로 발생하는 수면 주기로 인해 주기의 중간에 깨면 피로감을 더 느끼게 되어 8시간 자는 것보다 6시간 자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인 방법이다.

수면은 Slow wave sleep과 Rem sleep 두 가지 상태로 구분되며, 낮에는 각성 상태, 밤에는 수면 상태로 작동한다. 신생아는 두 상태를 수십 번 오가며 성장하면서 낮과 밤의 주기에 영향을 받아 점차 밤에 집중된다.

깨어있을 때 뇌는 각성된 상태를 유지하는 그 사이에도 목적지향성이 사라져 멍한 상태는 자주 나타난다. 이 상태는 렘수면 중 꿈꾸는 상태와 비슷해진다. 누워서 생각하는 상태는 생각을 자유롭게 흘러가도록 두는 상태로 꿈은 주의력이 없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꿈의 80%는 렘수면 상태에서 나타난다. 꿈을 꿀 때는 주로 감정과 관련이 깊은 정서 영역이 핵심 역할을 하게 되며 기억의 단편이 활성화된다. 꿈에 등장하는 시간, 장소, 인물은 수시로 바뀌는 것은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전전두엽이 거의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면의 후반부로 갈수록 렘수면의 비율이 높아지고, 우리가 기억하는 대부분의 꿈은 잠의 후반부에 꾸게 된다. 반면 뇌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과는 반대로 근육은 풀려 뇌와 몸이 따로 놀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가위눌림 현상은 렘수면과 연관이 있다.

느린 수면의 상태에서는 뇌세포의 피로를 줄여주고, 렘수면 상태의 뇌파는 기억 형성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잠이 부족한 경우는 약한 ‘기억 상실’에 걸릴 수도 있다. 전두엽과 해마 사이의 신경 회로가 지나치게 활성화되어 이러한 비정상적인 신경 활동 증가가 기억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쳐 혼선을 줄 수 있다. 며칠 잠이 부족한 경우는 신경세포의 항상성(환경에 따라 신체 기능을 제어하는 신경세포가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려는 상태)이 영향을 받고, 수면 부족이 장기화 될 경우 기억의 저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시험 볼 때 분명히 공부한 것 같은데 기억이 정확히 안나는 현상도 이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렘수면이 부족할 때 기억 저장에 영향을 끼치므로 렘수면이상행동증이라고 분류되는 수면장애가 파킨슨병이나 치매 등 퇴행성 신경 질환의 발병률을 높인다고 신경과 전문의들은 말하고 있다.

렘수면인 상태에서는 전체 혈액의 4분의 1가량이 뇌로 몰린다. 잠자기 2시간 전에는 음식을 섭취하지 말라고 하는 이유는 뇌로 가야하는 에너지가 음식이 몸에 남아있는 경우 장으로 가기 때문이다. 렘수면이 부족하면 불안도가 높아지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꿈을 많이 꾸는데, 이것은 부족해진 렘수면을 보충하기 위한 정상적 반응이다. 수면빚이라는 말처럼 렘수면이 부족하면 다음 날 더 많은 양의 렘수면으로 보상받으려 하며, 렘수면이 부족해지면 기억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위험한 상황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렘수면은 뇌 조직에 산소를 공급하여 머리가 쉬는 잠이라고 말할 수 있다.

Non-Rem 수면은 3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깨어 있지도 자지도 않는 상태, 2단계는 일반적인 수면 상태, 3단계는 깊은 잠인 델타 수면(회복 수면)이다. 깊은 잠은 몸의 피로를 회복시키며 이 때의 혈액의 대부분은 근육으로 몰린다. 신체 성장과 조직의 치료와 재생, 성장호르몬 등의 호르몬도 이 때 분비된다. 갑상선은 이때 쉬게 된며, 논렘수면 상태는 몸이 쉬는 잠이라고 할 수 있다.

양질의 잠이란 중간에 깨지 않으면서 모든 단계를 거치는 잠이라고 의사들은 말한다. 잠은 면역력 증진, 장기 기억력 향상(응용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 감정 조절 능력 향상, 몸과 마음의 항상성 유지 기능을 한다.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용하고 어둡게, 덥거나 춥지 않게, 낮잠은 되도록 피하고 잘 경우 20분 이내로 제한하며, 낮에 햇빛이 비치는 시간대에 30분 정도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잠자기 전 강한 운동은 피하며,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명상 등 이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적당한 수분 섭취하기, 자기 전 독서나 TV시청 피하기, 스마트폰을 멀리하며 잠들지 않은 상태에서 오래 누워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선 실천해야 할 것은 자기 전에는 몸도 비우고 머리도 비우는 일. 잠들기 4시간 전에는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것, 해야할 일은 메모해 두고 잊어버리기 등 생체 시계가 일정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처럼 신체와 정신 질환의 예방을 위해 효율적인 수면 습관 실천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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