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전담을 할 때는 매해 할로윈을 큰 행사로 했었는데, 담임이 되고서는 할로윈 행사에 대해 고민이 많아졌다. 더군다나 이태원 사건으로 인해 할로윈을 해피할로윈이라 부르기가 어렵다. 그러나 길가에 놓인 호박, 곳곳에서 할로윈 장식과 코스튬을 파는 영미권에서는 축제의 날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추석과 비슷한 할로윈 문화의 유래와 의미를 알려주는 문화 수업을 진행했다.
15년 전에 원어민 교사와 함께 수업을 했었는데, 그때 만난 아일랜드 출신 제임스라는 친구와 참 열심히도 수업 준비를 했다. 듣기평가 문제도 직접 만들어 제임스와 내가 함께 녹음을 했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추억이 되었다. 그 이후 기회가 될 때마다 제임스와 할로윈 수업을 진행했었는데, 그 때 수업했던 내용이 좋아서 그 자료로 아이들에게 수업을 했다. 할로윈이 아일랜드 켈트족에서부터 유래되었다는 것과 할로윈 하면 생각나는 것들에 대한 영어 표현, 불을 밝히는 랜턴 재료가 무우에서 호박으로 바뀐 것, 영혼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편하게 하늘로 보내주며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빈다는 점, 다른 나라 어린이들이 할로윈 때 무엇을 하는지 등에 대해 알려주었다. 아이들이 묘지가 영어로 뭔지, 마녀는 영어로 뭔지, 호박의 이름은 왜 잭오랜턴인지 등 궁금한 점들도 적극적으로 물어보았다. 아이들의 호기심에 이것저것 말해주느라 오늘 5교시가 모자랐다.
할로윈은 추석의 하비스트 타임과 비슷하게 다양한 간식은 필수라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을 준비했다. 적어도 한달 전에는 호박바구니를 준비하고, 간식은 할로윈 1~2주 전에 사두는 것이 좋다. 한 학년에 200명 정도인 큰 학교에서는 작은 호박바구니에 개별 포장된 멘토스를 넣어 주었었다. 현재 우리반 아이들에게는 중간 크기의 바구니를 사서 간식을 3~4가지 정도 종류별로 넣어 인원수만큼 준비했다. 사실 할로윈에 대한 학부모의 인식이 달라 작더라도 이런 행사를 하는 것은 교사에게 부담이 커서 아이들이 원해서 해주고 싶어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교육적인 목적이 있을 때는 그것을 분명히 전달하고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작은 이벤트들로 인해 아이들은 다양성과 공동체에 대해 배우고, 스스로가 자기 인생의 이벤트를 만들며 소소한 성취감과 행복을 느끼는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기에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진행했다.
간식은 한 개씩 나눠줄 수 있는 만큼 가져오라고 공지했는데, 아이들이 예쁘게 포장해서 가져온 친구들도 많았다. 그러면서 서로 얘기를 나눈다. “나 오늘 좋은 거 가져왔어.” 아이들이 서로 간식을 나누고, 보건 선생님, 체육 선생님, 사서 선생님, 돌봄 선생님 등 선생님들께도 간식을 드리며 기분 좋은 인사를 나눈다. 어쩌면 작은 학교라서 이런 것들도 자연스러운지 모르겠다. 편하게 나눌 수 있음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아이들에게 주는 기쁨의 기회를 줄 수 있음에 감사하다. 그리고 우리반 학부모님께도 감사한 마음이다.
아이들이 열심히 생활하고 어느 정도 보상이 필요할 때는 영화를 보여주는데 보통 영화 수업은 1~2달에 한번 진행한다. 그동안 아이들과 주기적으로 영화를 보며 영화 수업의 효과를 보았다. 책과 연계한 문학, 연극, 음악, 미술, 건축 등 여러 예술적 요소를 접할 수 있는 종합 세트인 영화를 보면 인성, 교과 연계를 통한 응용력, 집중력과 표현력, 공감 능력을 기를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이벤트를 하는 날은 보통 영화 수업을 함께 하는데, 하브루타식으로 발표하고 질문지에 답을 하는 학습지를 만들어 활용했다. 현재 1학년 아이들에게는 부담이 되어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쓰기 노트에 중요한 부분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간단히 적으며 그림으로 마무리한다. 단, 영화 수업에는 최소 2교시 정도의 시간이 필요해서 부족한 수업 시간을 보충하기 위해 미리 타이트하게 진도를 나가두어야 한다.
집에 가기 전 아이들에게 풍선으로 칼과 강아지를 만들어주었다. 10년 전 풍선 아트 자격증을 취득한 후 아이들에게 종종 만들어주었는데, 배워두면 유용하게 쓰이는데다 인기 선생님이 된다. 수업이 끝나고도 아이들이 줄을 서서 대기해서 거절을 못하고 만들어주다가 손가락이 쓰리긴 하지만, 아이들이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말할 때는 계속 만들게 된다. 내일은 강아지를 만들어 달라고 하며 신나서 가는 아이들. 아.. 그래도 내가 뭘 하든 신기해하며 좋아하는 우리반 아이들이 있어서 내가 참 중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1학년 아이들, 이렇게 작은 아이들이 이렇게 작은 말들로 나에게 그런 생각을 하게한다. 내일은 말해줘야겠다. 선생님도 너희들 덕분에 자존감이 커져간다고, 그리고 말해줘야겠다. 너희들은 선생님에게 너무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이라고. 더 잘해주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