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첫날, 2명의 전입생이 왔다. 1학년 중간에 전학 오기는 쉽지 않은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는 두 아이가 기특하고, 새 친구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 아이들이 대견하다. 사랑스런 우리반 아이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모두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고. 좋은 인성과 습관을 가져야 하고 그것은 노력하면 가질 수 있다고. 너도 나도 갑자기 손을 든다. 진짜로 저도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냐고. ‘당연히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지. 너희들은 모두 그렇게 될거야.’ 아이들의 눈에서 빛이 난다. 이제 20명으로 완성된 듯한 우리반의 2학기 항해를 시작한다.
오늘은 방학 이후 다시 만난 아이들을 보고 중요하게 생각되는 점들을 적어보려 한다.
1학년은 한글을 떼고 읽기를 시작하며, 수 감각을 익혀 실생활 속에서 활용되는 덧셈과 뺄셈을 하는 것이 주 교과 활동의 목표이다. 그와 함께 교육과정에는 음악, 미술, 체육 활동을 반드시 하게 되어 있다. 표면적으로는 이론적인 내용들이 중요하게 여겨지겠지만, 보이지 않는 정서적인 요소들이 아이들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이 학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가정에서는 편안한지, 학교에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도전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어떻게 잘 어울려 지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교과서에 나와있지 않다. 이것은 아이들이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만들어지게 되는데, 예를 들어 부모와 교사, 친구들, 방과후 강사, 학원 강사, 교회 등 학교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 등 모두를 포함한다. 아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직간접적으로 아이의 가치관에 영향을 미친다.
모든 문제에는 내재적 원인과 외재적 원인이 있다. 이것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다 이 두가지 원인은 결국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고가는 말과 행동에 의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1학년 2학기가 시작된 지금, 중요하게 보여지는 세가지 양상은 아래와 같다.
첫째, 읽기와 쓰기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읽기와 쓰기가 완벽히 잘 되는 아이는 없고, 일부는 또래에 비해 읽기와 쓰기가 늦다. 이것의 원인에는 외부 환경적 요인에 의해 교육 기회가 적거나 주변 여건이 여의치 않아 읽기 능력이 낮은 경우와 충분한 교육 기회에도 읽기 능력이 또래에 비해 낮은 경우가 있다. 한글은 늦어도 초등학교 2학년까지는 읽기 유창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이후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학업 성취도 저하, 어휘력 부족, 자존감 저하, 정서적 위축되는 문제, 교우 관계에도 문제가 생겨 격차를 따라가기 어렵고, 읽기에 많은 에너지를 쓰며 내용 이해에도 어려움이 생겨 문제 해결이 어려워진다. 최대한 한글 읽기와 쓰기에 많은 시간을 들여 글을 정확하고 빠르게, 운율감 있게 읽는 읽기 유창성을 키워야한다.
둘째, 생활 태도
유치원 때 까지는 아이들 중 다른 친구들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교사가 따로 데리고 있거나 다른 교실에서 혼자 놀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교에 오면 한 교실에서 하루 종일 함께 생활하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함께 하고 싶은 친구와 함께 있으면 불편한 친구가 생긴다. 그리고 그것은 보이지 않게 서서히 만들어진다. 위험한 행동을 하는 아이, 수업 시간에 물건을 만지며 소리내는 아이, 큰소리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아이, 친구에게 계속 말 시키는 아이, 잠이 부족해 조는 아이, 자신에게 누가 뭐라 하면 삐지는 아이 등 교사가 예상치 못한 하루 하루를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차분하게 지도해야 한다.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바른 행동이 무엇인지 배우는 시기이기에 이런 행동들은 아이들 모두에게 한 두번씩은 보이지만 지도 후에는 대부분은 개선이 된다. 교사는 모두가 화합하는 반을 만들기 위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훈육하고, 아이들이 서로 도우며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도로 매일을 바쁘게 보낸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가정에서 양육하기에 아이들은 함께 배우며 뭐가 옳고 그른지를 생각하게 된다. 아직 순수한 아이들은 교사가 말한대로 따르려고 노력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가정에서 아이가 필요한 것들을 함께 챙기며 돕고, 안정적인 정서를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준다면 변화의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셋째, 언어 습관
아이들이 학교에서 하는 말은 학교 밖이나 가정에서 사용하는 말과 거의 비슷하다. 짝이 어려워하는 수학 문제를 도와주라고 했을 때도 아이는 평소의 말투와 태도를 친구에게 그대로 하고 있다. 형제 자매가 있는 경우에도 영향을 받는데, 가정에서 어떤 말을 듣고 있느냐에 따라 아이의 언어의 세계는 점점 한계가 생긴다. 부정적인 언어를 자주 쓰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긍정적으로 여유있게 생각하고 격려하는 말을 자주 하는 아이들이 있다. 학급에서 내가 하는 행동과 말이 지금 해도 되는 행동인지 아닌지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게 하기 위해 교사는 수시로 지도한다. 이것도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가정에서 학교에서 주는 안내문 등을 아이와 함께 꾸준히 확인한다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습관을 만들 수 있는 기초가 된다.
위의 내용은 교실에서 보여지는 흔한 모습들인데, 부모님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 정확히 알기 어렵다. 그래서 교사는 상담을 통해 이런 부분들을 이야기하고 아이의 성장을 위해 같은 곳을 보고 지도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아이가 개선하고 노력해야 할 점들을 이야기했을 때 어떤 부모님들은 매우 수용적이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지 묻고 함께 고민하며 가정에서 더욱 관심을 갖는 것이 보인다. 반면 어떤 부모님들은 혹여나 내 아이를 안좋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하며 더 예민하게 교사의 반응을 살피기도 한다. 부모의 교사에 대한 생각은 아이에게 그대로 전해져 교사와 부모의 신뢰감에 영향을 미친다.
2학기에도 학부모 상담이 있다. 1학기와 다르게 아이들은 몸도 마음도 많이 성장했다. 학교와 가정에서 변화의 과정과 어려움, 행동 패턴, 생활 습관, 교우 관계 등에 관해 함께 공유한다면 내 아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아이도 부모님의 관심과 칭찬으로 안정된 학교 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되어 상담은 꼭 하시기를 권한다.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를 생각해본다. 내가 바라는 관계는 아이의 성장을 위해 함께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관계이다. 교사를 믿고 신뢰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중시하는 것들을 가정에서도 함께 관심을 갖고 지도하고, 서로 존중하는 태도와 감사함을 표현하는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모든 아이들이 편안한 관계들 안에서 정서적 사회적으로 바르게 성장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