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상담은 부모님들의 자녀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부모님의 교육에 대한 바람과 아이의 성장을 위해 앞으로 어떻게 지도해야겠다는 방향을 잡는데 초점을 두었다. 2학기 상담은 아이의 강점과 잠재력, 앞으로 아이를 위해 부모님께서 해주시면 좋을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게 된다. 그래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아이의 상태를 교육적 관점에서 진단하고,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솔직하게 말씀드린다.
학부모 상담 시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몇가지 있다. 상담을 할 때 다른 아이의 이름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좋던 안좋던 다른 친구의 이야기는 하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개선할 점에 대해서는 부모가 수용하는 만큼 진실되게 이야기 한다. 마지막으로 부모와 교사가 함께 아이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전한다.
학부모님들이 아셨으면 하는 점이 있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아이의 개선해야 할 점에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부모님들은 대부분 칭찬해주기를 원하기에 교사의 조언을 고맙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래서 경력이 있는 나도 참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아이의 행동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는 경우에 이야기를 한다. 자녀가 저학년 때 담임 교사에게서 개선해야할 점을 들었다면 그 조언에 대해 부정하기 보다 오히려 아이의 더 나은 성장을 위한 선물로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 교사는 부모 외에 가장 객관적으로 자녀를 볼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요즘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학습적인 부분에서 아이에게 많은 관심을 갖고 노력한다. 그것도 물론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지만 정서적으로 가정에서 안정감을 갖는 경우에만 학습이 효과가 있다. 아이들의 공부 정서는 가정에서 아이가 편하게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부모님과의 좋은 관계가 바탕이 되었을 때 싹이 튼다는 점을 부모님들은 인지하고 노력해야 한다. 부모와의 안정감 있는 정서적 대화는 아이 인생 전반에 걸쳐 수백권의 책보다 좋은 영향을 준다.
학교에서 교사는 제2의 부모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여러 면에서 모범을 보이고, 행동으로 보여주며 아이들을 교육하려고 노력한다. 부모의 언어의 한계 안에서 아이의 언어는 한정되기에 교사인 나도 아이들 앞에서 보다 나은 어휘를 선택하고 말해주려고 노력한다. 한글을 뗀 우리반 아이들을 위해 2학기에는 글쓰기를 지도하고 있는데, 아이들의 생각의 방향이나 표현 방식이 다양함에 놀라고 있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내 생각과 느낌을 공감하고 수용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글쓰기 능력은 자연스럽게 좋아진다.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 생각하고 말하는 연습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글쓰기는 독서와 더불어 매우 중요하다.
상담을 통해 알게된 점은 우리반 아이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미디어 사용 시간이 과하다는 점이었다. 2시간 이상 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부모가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로부터 해방되는데 이보다 좋은 도구는 없지만, 이것은 아이들의 성장에 매우 부정적이라는 연구 결과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까지의 미디어 사용은 중독으로 이어져 고학년이 되어서 절제하기가 어려워지고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게임을 집중해서 하는 경우 집중력이 좋아지는게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강한 도파민에만 반응하는 뇌로 바뀐다. 게임을 할 때 활성화되는 뇌부위와 자신이 좋아하는 학습에 집중할 때 활성화되는 뇌부위는 다르다는 말을 아이들에게도 해주었다. 게임 뿐 아니라 아이들이 접하는 컨텐츠도 지금은 제어가 어느정도 가능하지만 중학년 이후로는 어떤 유해한 영상이 아이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그래서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사용 시간을 조율하고 스스로 절제하려는 마음을 가지면서, 그 외에 하면 좋을 것들에 대해 공유하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한번 얘기해서 변하는 아이는 이 세상에 없다.
학부모 상담 때 이런저런 조언들을 했을 때, 적극 수용하시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는 부모님들이 계시다. 그리고 그날부터 바로 아이의 행동 수정을 위해 노력하시고, 상담 이후 바로 달라지는 아이들이 있다. 그러면 아이에게도 부모님께도 감사한 마음이 배가 된다.
아이들이 선생님을 만나 많이 달라지고 성장했다는 부모님들의 말씀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 학부모와 교사가 서로 존중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면 아이들은 선생님을 보며 더 행복한 학교 생활을 한다고 생각한다. 학부모 상담을 통해, 부모님들을 만나고 우리반 아이들이 뭐든 더 잘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아이들에게 더 잘해주고 싶은 원동력이 됨을 깨닫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