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이 되면 몇몇 아이들이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줄 사탕을 가져온다. 못 받는 친구는 속상하고, 준비를 못한 친구는 미안해한다. 그래서 나는 화이트데이가 아닌 3.14 파이 데이로 작은 행사를 진행한다. 수학은 내가 좋아하는 과목이자 아이들의 학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과목이기에 3월 14일을 수학과 친해지는 날로 하고 파이를 준비한다.
외국에서는 각종 대회나 캠프 합격자 발표일을 3월 14일로 정하는 경우가 많다.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의 생일이기도 하고, 수학자들은 원주율이 3.141592~ 임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를 한다. 미국 학교 수학 시간에는 3.14 로 시작하는 끝나지 않는 숫자가 새겨진 파이를 먹기도 하고, 파이 숫자 외우기 대회를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작년에 한 고등학교에서 이 행사를 했는데 250자리까지 외운 기록이 있고, 2만짜리까지 외운 성인도 있다고 한다. 현재까지 기네스 기록은 인도인이 보유하고 있으며 7만자리까지 외웠다고 한다.

원의 둘레의 길이와 지름은 원의 크기와 상관없이 일정한 비(3.14~)를 이루는데 이것을 원주율이라 한다. 원주율을 나타내는 파이라는 기호는 스위스의 수학자 오일러가 처음 사용했다. 컴퓨터의 발달로 원주율 파이의 소수점은 62조 자리까지 추출되었다. 파이의 숫자가 무한대로 이어지다보니 경쟁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파이 숫자를 외우는 사람들이 등장한 것 같다.
파이는 원래 그리스어의 둘레라는 뜻을 가진 단어의 첫 글자이다. 숫자도 아직 잘 모르는 1학년들에게 파이를 설명하고 원주율을 어떻게 알려줘야 할까에 대해 고민했다. 원에 대해 설명하고, 지름과 둘레에 대해 설명한 후 두루마리 휴지를 예로 들어 보여주었다. 끈으로 직접 두루마리 휴지 윗부분의 지름을 재고, 지름 길이 만큼의 끈을 휴지 원통의 둘레에 두른다. 그러면 지름의 3배하고 조금 부족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슷하게 생긴 물병이나 원통 모양의 필통을 이용해서 보여주면 비율을 이해하고 나눗셈도 간접적으로 인지하게 된다. 이것을 집에서 가족들에게 설명할 수 있다면 아이는 지식을 자기 것으로 소화한 것이으로 부모는 원리를 기억하고 설명한 아이에게 폭풍 칭찬을 해줘야한다. 그러면 이런 과정이 강화되고 학습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도가 높아진다.
1학년이지만 원주율을 이해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리고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이런 경험을 통해 수학과 우리 생활이 밀접하게 관련이 있고, 우리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수학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된다. 우리반 친구들에게 파이 숫자 외우기에 도전하게 했더니 많이 외운 친구는 소수점 뒷자리 숫자 25개까지 외웠다. 그리고 학습지 반 페이지에 빼곡한 파이 숫자들 중 학급 번호, 생일, 전화번호 뒷자리를 찾게 했다. 빨리 찾은 친구들은 다른 친구도 도와주며 수를 즐기고 있었다. 원주율, 삼점일사, 파이데이로 삼행시 또는 사행시를 지었는데 어려웠을텐데도 모두가 자신의 방식대로 창의적으로 너무나 재밌게 표현했다. 1학년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염려할 필요가 없을 만큼 최선을 다한 우리반 아이들이 자랑스럽다. 도전한 모든 친구들을 칭찬하며 파이를 나눴는데 최고로 맛있다며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 모두가 즐거운 시간이어서 감사했다.
우리반 아이들은 뭐든지 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학교에 오는 것이 신난다는 아이들을 만날 생각에 나는 오늘도 행복한 교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