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공개수업

올해 학부모 공개수업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참여수업으로 준비하였다. 다행히 한분 빼고는 다 오실 수가 있다고 했는데, 몸이 안좋으셔서 못오시는 한 아이는 돌봄 선생님잉 같이 봐주시기로 했다.

이번에 수업 주제는 꽃으로 ‘모두 다 꽃이야’라는 배움주제로 진행하였다. 보통 이 수업은 책을 읽고 노래를 부른 뒤 종이접기로 꽃을 접는 활동이 대부분이다. 종이접기는 언제든 할 수 있고 이번에는 어버이날을 기념하여 꽃을 접기로 해서 다른 활동을 하고 싶었다. 예전에 교육 박람회에 갔을 때 하바리움을 접하게 되어 볼펜 하바리움과 조명 하바리움을 만들었었는데 재밌게 만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하바리움을 할까 하다가 꽃향기를 맡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디퓨저를 생각하게 되었고, 하바리움과 디퓨저를 접목하여 만들어보기로 했다.

나무 뚜껑이 있는 200ml 유리 용기를 고르고, 프리저브드 꽃을 종류별로 준비하였다. 향은 3가지 정도로 정하였는데, 튤립, 양재동 꽃시장, 교보문고 향오일을 샀고, 베이스는 프리미엄 베이스로 준비했다. 개인적으로 다 좋아하는 향인데 진정 효과, 집중력, 기억력을 높여준다고 한다. 요즘에는 수험생들이 기억력 향상을 위해 공부할 때 이런 디퓨저나 아로마 오일 가습기를 이용한다고 한다.

오늘 수업은 그림책 읽기와 디퓨저 만들기여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생각하고, 즐겁게 만들면 되는 수업이었다. 향오일과 베이스를 미리 비이커에 담아 놓거나 용기에 담아놓을 생각도 하였으나 냄새가 너무 강할 것 같기도 하고 스스로 만들어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시간이 조금 더 걸렸지만 포장 상자도 접고, 종이백에 넣어 가져가는 것을 보니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아보고 구매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들었지만, 우리반 아이들이 만들고 나서 얼마나 좋아할까 생각하며, 부모님들도 좋아하실 것 같아 설레었다. 우리반 아이들과 부모님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에 준비해보았는데, 수업이 끝나고 찍은 사진을 보니 모두가 행복해보였다. 아이들에게 다음날 공개수업에 관한 일기를 쓰도록 했는데, 오래 기억할 추억이 되었음은 확실하니 목표를 이뤄 뿌듯했다.

공개수업을 하고 나면 아이의 경청하는 습관, 발표하는 태도 등 집중에 관해 걱정하시는 부모님들이 계시다. 그러나 우리반 아이들은 발표를 대체적으로 모두 잘한다. 부모님이 오시니 긴장되어 발표를 못했다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성장하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시길 바란다. 수업 때 말했던 것처럼 생각의 속도도 아이들 모두 다르니 그것을 존중하고 편안하게 자신을 표현할 때까지 관심있게 기다려줘야 한다. 그러면 결국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꽃을 피우게 될 것이다.

지금껏 나는 아이 둘을 키우며 참여수업은 경험하지 못했다. 담임이라는 책임감에 내 아이의 공개수업에 참여한 적도 없다. 휴가를 쓸 수 있는 아빠가 대신하였고, 아빠는 공개수업 때 다른 부모들과 같이 뒤에 서서 우리 아이가 발표는 하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만 유심히 보다가 수업이 끝나면 선생님과 눈인사만 하고 나왔었다. 그래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공개수업이 없다. 지금 생각하면 가서 선생님은 어떻게 수업하는지, 우리 아이가 얼마나 발표를 잘하나 보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 싶다. 아빠 엄마가 너의 학교 생활을 궁금해하고, 이렇게 시간 내서 왔다는 것을 보여주어 부모의 마음을 전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문득 궁금해서 우리 아이에게 공개수업 때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는지 집에 물었다. 수업 내용은 전혀 기억이 안나지만, 아빠가 붙여준 칭찬 스티커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동안 노력한 것에 대해 인정받은 느낌이어서 참 기분이 좋았다며 포스트잇에 적힌 문장까지 그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곧 어린이날이다. 그래서 부모님께 아이들에게 진심어린 칭찬 메세지를 적어 보내달라고 할 예정이다. 마치 포스트잇에 편안하게 적은 메모처럼 적어 게시판에 따로 모아 붙일 예정이다. 예쁜 메모지도 만들었는데 어떤 칭찬과 사랑의 메세지들이 모아질지 기대된다.

우리반 아이들에게 이 메세지는 오래오래 기억할 또 하나의 추억이 될 것이라 믿는다. 나중에 커서도 힘든 일이 있을 때 이런 기억들을 통해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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