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땐 어떻게 – 선생님이 나를 안 좋아해요.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학부모의 3월 첫날은 아이들 만큼이나 긴장된다. 담임 선생님이 누구인지에 따라 부모와 아이의 한해가 좌우되기도 한다. 작년에 이 학교 선생님이어서 담임 선생님의 성향을 다른 부모들로부터 알게 되면 그나마 마음이 편한데, 아예 처음인 경우에는 어떤 선생님인지 아이에게 자꾸 묻게 된다. 어떤 부모들은 복권 당첨 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라고 말할 정도이니 1년을 맡길 담임에 대한 학부모들의 기대는 크다.

저학년인 경우는 담임의 반응에 더 민감하다. 아이가 집에 와서 자기 감정대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엄마는 아이가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들에 대해 즉각적으로 예민해지기도 한다.

얼마전 한 학부모님의 문의가 있었다. 아이가 누구나 알아볼 정도로 스타일을 바꿨는데 선생님이 아는 척을 안 해줘서 아이가 서운해 한다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자기를 안 좋아하는 것 같고, 평소에도 대화가 없어서 수업만 하는 느낌이라고 아이가 학교 가는 것이 즐겁지 않다고 했다. 이런 경우 담임 선생님께 말씀을 드려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계셨다.

아이가 많이 속상했을 것이다. 어떻다는 평가보다는 관심을 받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부모님도 아이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마음이 좋지 않고 담임 선생님에 대한 신뢰감이 줄었을 것이다.

안타깝지만, 선생님들이 아이들 목소리에 항상 귀기울이기는 어렵다. 많은 아이들을 지도하기에 적당히 걸러 듣기도 하고, 때로는 무시하기도 한다. 아이들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고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기 때문에 선생님이 반응하는 정도는 차이가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많은 선생님들을 만났다. 참 감사한 분들도 있었고, 조금 아쉽고 서운한 마음이 드는 분들도 있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한 예를 들어본다.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 머리가 허리까지 길었었는데, 단발로 자르고 갔는데도 선생님이 일부러 무시한 경우가 있었다. 아이들이 모두 알고, 친한 친구가 직접 가서 머리 자른 걸 보라고 했는데도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선생님이 자주 이야기하는 말은 ‘평등’이었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대한다던 선생님은 다른 아이들도 느낄 정도로 특정 아이 몇 명에게 유독 잘해주셨다고 한다. 아이는 그런 감정을 지속적으로 느꼈고, 그 해가 초등학교 시절 중 가장 행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때는 선생님이 바쁘셨겠지 생각하고 넘겼는데, 아이는 그런 여러 일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당시 일부 선생님들은 학부모의 민원에 불편해 하는 경우도 있었고, 이런 저런 말 나오는 게 싫기도 해서 그렇게 지나갔다. 나중에 아이에게 선생님께 말해보지 그랬냐고 했더니 그래도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고 얘기해서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내가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아이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직접 말하게 하거나 상담을 통해 아이의 학교 생활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도움을 요청했을 것 같다. 설사 변화가 없다 하더라도 부모로서 상담을 통해 어떤 방향이 아이의 올바른 성장을 위한 것인지 함께 고민하는 것은 의미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몇년간 교권 침해 사건들로 인해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는 아이의 성장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부담스런 존재가 되었다. 지금도 각 학교마다 선생님께 무례하게 대하는 학부모가 있고, 그로 인해 학부모와의 연결을 거부하는 교사도 있다. 그러나 교사도 학부모도 절차를 지켜 서로 정중히 대화한다면 대부분 원만히 해결될 수 있다.

선생님이 자기를 좋아하지 않거나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경우, 우선 아이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공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일시적으로 느끼는 감정일 수도 있고,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경우도 있으니 구체적인 사건들에 대해 들어보고 아이의 감정에 공감해준다. 그래서 아이가 자기가 느낀 감정에 대해 왜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었는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학년일수록 대부분 일시적인 경우가 많지만, 이런 감정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선생님이 일부러 특정 아이를 무시하는 경우 보다는 그런 느낌을 주는지 모르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아이가 선생님께 짧은 글을 쓰는 등 마음을 전하게 할 수 있고, 아이가 소극적이거나 여러 이유로 전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부모님이 어떤 도움을 주면 좋을지 물어보고 전화로라도 상담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내가 만났던 선생님들은 대부분 좋은 분들이 많지만, 작은 일에도 아이들에게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성격적으로 아이들의 변화에 민감하지 않은 분들도 있었다. 상담이 아이의 마음이 편안해지는 방향으로 잘 진행되면 좋은데, 담임 선생님이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에 따라 아이가 느끼는 감정의 변화가 적을 수 있다. 학교 뿐만 아니라 어느 조직에서든 사람들은 모두 다르고, 다른 사람들의 관계는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가 만나는 사람들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관심을 갖고 함께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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